커피의 추억
압축이나 건너뜀 없는 정성이 고맙다
더치 추억 #1
어느 길고 무더운 여름밤이었다. 선배 집들이에 갔는데 냉장고에서 커피를 꺼내 준다. 그냥 냉커피려니 하고 입에 댔는데… 어랏! 처음 느끼는 맛이다. 그제껏 경험했던 커피 특유의 탄내도 쓴내도 없던 새로운 맛. 더치와의 첫 만남은 그랬다.
차가운 물에서 한방울씩 똑똑똑… 선배는 한 병의 더치를 내리기 위해 12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했다. 그렇게 해서 나는 나의 첫 더치를 ‘차고도 순한’ 위로로 기억한다. 무더운 여름날의 한 잔의 더치는 어찌나 상큼했던지, 맛은 부드러우나 기억은 강렬했다.
더치 추억 #2
선물은 예고가 있든 없든 반갑다. 별로 해 준 것도 없고, 특별한 날도 아니었는데 친구가 집으로 보내 준 선물은 하나의 ‘감동’ 이었다. 근사한 선물 상자 속 와인병에 담겨 있던 산타로사의 더치 커피. 꽤나 오래 곁에 두고 그 맛과 풍미를 즐길 수 있으니 이 또한 더치가 가지는 미덕이다.
“커피 한 잔 어때?” 하고 바로 만나서 마실 수 없으니 원격으로 예약해 두고 함께 하는 ‘커피 타임’ 같은 느낌? 저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어 와인을 좋아하는데 더치에서도 내리는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니 와인병에 그 거처를 두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.
지금도 더치를 보면 더치가 내려지는 동안의 꽤나 긴 시간을 떠올리게 되고, 압축이나 건너뜀이 없는 그것은 오롯한 정성으로 느껴져서 그저 고맙다. 누가 내린 것이든.
권혜숙/경기 안양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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